키르케 (매들린 밀러 저)

⭐⭐⭐⭐⭐🌟 (5점 만점에 6점)

오랜만에 푹 빠져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최근에 읽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법’이나 ‘최소한의 선의’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5점 만점에 6점 줄 life changing 책이었지만 키르케처럼 게임에 푹 빠지듯이 읽은건 정말 오랜만이야.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아주 넉넉~한 국밥처럼 언제든 받아줘서 일주일간 든든했다.

그리스로마신화에 큰 흥미 없었는데 처음으로 매력을 느꼈다. 당위성이 없어 보였던 신화 속 사건들을 키르케의 시선으로 함께 살아내는 경험이 생경했어.

신화 내용을 아니까 이미 죽을 걸 알고 있는 등장인물임에도 인물에 과몰입해서 죽었을 때 한동안 책 읽을 맛이 떨어지기도 했다.

제우스, 포세이돈, 헤라클래스 이런 영웅 서사가 아니고

곁에서 고통 그리고 사랑을 느끼는 인물의 시선이 뜨거우면서 또 차갑고 신이면서도 누구보다 인간다웠다.

죽음이 있기에 아름다움은 완결될 수 있더라.

p196. 우리 둘 다 갇힌 신세였다. 하지만 밀랍을 녹여 인장을 찍듯 그의 얼굴을 내 마음에 새겼다. 그것이라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p198. 내게 그를 차지할 권한이 없다는 건 알았따. 하지만 고독한 삶을 살다보면 별들이 일년에 하루 땅을 스치고 지나가듯 아주 간혹 누군가의 영혼이 내 옆으로 지는 때가 있다. 그가 내게 그런 별자리와 같은 존재였다. p441. 그는 찌꺼기가 들러붙은 우리와 다르게 자기 자신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그는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 일직선상에서 이루어졌다. 오디세우스는 항상 숨겨진 뜻과 어둠 속의 칼을 찾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텔레마코스는 칼을 내놓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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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유림 a.k.a 테니스치다 손목 삔, 풋살하다 인대 나간 개발자 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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