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의
‘연말이 되니 소셜미디어에 개발자 1년 회고가 쏟아진다. 개선이 아니라 마케팅 목적일것이라 확신하는데~ (후략)’
글을 보고 부랴부랴 노트북을 펴서 회고를 쓴다. 청개구리 마음의 힘.
올해 계획 리비짓
23년 1월에 세웠던 만다라트 계획이다. 큰 테마는 “일과 삶의 하모니”였다. 그 시기의 나는 꽤 삶을 갈아가며 일을 했기 때문에 ㅠㅠ (주52시간 넘기고… 신혼여행 반납하고…) 1년간 노력한 덕분인지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본인에게 박수를!
달성한 목표가 꽤 있는게 신기했다. 연봉협상은 퍼센티지를 정확히 맞춰서… 좀 소름이기도 함.
꼭지를 몇개 따서 정리해봐야지.
올해의 커리어 변화
리더십 역할 없이 리더십 (1월~7월)
내가 바닥부터 함께 한 조직, 토스모바일(알뜰폰, 통신3사 요금제 가입하는 서비스임) 규모가 커졌다. 프론트만 7명이 되었다.
근데 조직 내 프론트 리드가 없음. 우리 조직을 포괄한 소그룹에서의 f-lead가 있고, 아주 짱인 분이시지만 그는 그의 조직 일이 있고, 토스모바일에 고관여하긴 어려운 상황.
프론트가 조직적으로 의견을 모아 풀어내야 할 문제가 많이 보였다.
- 기술과제
- 생산성 저하를 부르는 반복되는 운영업무
- 리소스 재분배
- 인사
- 한 도메인에 오래 있어 생기는 권태를 전문성으로 승화하기
그래서 따로 회의도 하고, 길드도 조직해서 운영했는데… 개인적인 딜레마가 컸다.
- 어떻게든 시간을 확보해
- 조직적 문제를 propagate하고
- 구성원의 공감을 필요한 만큼 얻어낸 다음
- 가용한 휴먼 리소스를 확보하고
-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해 조직 차원의 개선을 정량적/정성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작업
을 해야했는데
나는 IC(개인 기여자. 매니징 안하는 개발자 칭함)이다. 내게 요구되는 기능개발을 하면서 이 시간을 어떻게 내지? 고민이었다. 데드락이다. 시간을 못내서 증명을 못하고, 증명을 못해서 시간을 못내고.
그러다 사건이 터졌다.
기술부채, 운영부채가 너무 쌓여서 금액 관련 장애들이 하루 걸러 한번 꼴로 빵빵 5회 연속 터졌다.
이건 개인의 실패가 아닌 조직의 실패다!
내가 추가 증빙 작업 안해도… 슬프게 증명이 되어버린거임… ㅜㅜ
바로 신기능 개발 연기/위임하고 Task Force 업무에 들어갔다. 작전명 “No more 금액장애”
이 때 열심히
- 조직적 움직임 선제적 파악 (어떤 기능에 힘을 줄건지 알아야 거기 위주로 개선할것이니)
- 리소스 확보 (나 뿐 아니라 다른 FE들 리소스도 함께)
- 타 조직과의 협업 (CX팀, QA팀과 협업해 CS 머신러닝 분류, QA 자동화 작업)
을 하며 조직적 문제 해결에 대한 감도 잡고 신뢰도 얻어낸 것 같다. 실제로 금액장애가 0건이 되었으니.
사실 이런 조직적 움직임은 굳이 리더십 차원이 아니더라도, ‘시니어리티’차원, ‘비즈니스 감’차원 에서 진행할 수 있었을텐데 내가 아직
주어진 일을 깨고 문제를 찾아내기 & 하이 레벨 우선순위에 따라 주어진 일을 연기/위임해내기
에 대한 감이 없어서 더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으악 리더십 역할이다: 나만의 리더십 찾기 (8월~)
8월부터 트라이브 Frontend-lead를 맡게 되었다.
리드가 된다고 뭐 크게 바뀌는건 없고… 똑같이 실무는 하되 조직 전체의 기술 수준을 높이고 심리적 안전감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봉사직인 것이다.
기준이 모호하네? 자기검열의 시작인 것임
자기검열 크게 시작, 자기검열 겁나 빵빠레 불면서 시작, 자기검열 군악대 입장, 자기검열 졸업 및 재입학, 자기검열의 악마 등장
토스코어에 Frontend-lead가 10명이 있는데, 각 소그룹마다 사정이 다르기도 해서 각자가 각자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지라 - 자유롭고 창의적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대하는 기준이 모두가 다르다는 아쉬운 점도 있다.
그러면 나는 나의 방법을 찾아야지.
일단 책을 욜라리 읽었다.
리더십 뿐 아니라 장르 안 가리고 읽었지만 (리더십은 창의적이고, 연결을 알고,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함)
관련해서 가장 즐겁게 읽은 책 2권은 다음과 같다.
- 실리콘밸리 리더십 - 애플 테크 리더가 들려주는 30가지 비법
- 소프트웨어 장인 - 프로페셔널리즘 실용주의 자부심
그리고 사람들을 욜라리 만나서 질문을 했다. 소그룹 리드, 계열사 리드, 네이버 리드, 카카오 리드…
8월~12월 4개월은 우리 팀, 그리고 나에 대한 Discovery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아직 “그래서 내 리더십은 어떤 스타일인데?”하면 답을 잘 못하겠거든…
주위의 평을 들어보면 대략 ‘캐쥬얼해서 마음을 털어놓게 한다’ / ‘많이 고민하는게, 열심히 하는게 보인다’ 등인 것 같은데, 열심히 하는(ㅠㅠ) 초보에게 주는 평인 것 같아서 더 나만의 강점을 잘 살려보아야겠다.
내년부터는 이 Discovery를 바탕으로 나의 기준을 명확히 잡고, 유의미한 액션을 해나가야지.
회사 밖: 암것도 안함
올해는 꼭 리액트 실전 강의를 찍고 싶었는데! 또 실패했다.
외부 발표도 안했네. 회사 내부 Slash 발표만 하고…
강경한 수단으로 ‘안찍으면 워니님께 50만원 주기’ 공약까지 걸었는데 벼락치기로 준비까지만 하고 실제로 출시는 못했다.
막상 준비 하다보니 생각보다 내가 배우는 것도 많더라. 한문장으로 핵심만 설명하려다보니 자료를 많이 읽게 되더라.
보너스 1개월을 줘야겠다. 1월 내에는 출시해봐야지!
올해의 개인적 변화
책 많이 읽기
어렸을때는 엄마가 눈나쁘다고 숨겨둔 깨알글씨 벽돌책들도 모조리 찾아 읽고 교과서 받으면 국어책 완독부터 하고 수시 붙고 나서는 도서관에서 1일 1권 하는걸 낙으로 살았는데 어른 되고 개발자 하고 나서는 일년에 1~2권 하게 되더라구.
작년에 ‘나이만큼 책읽기’라는 개념을 접하고서부터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작년은 그래서 29권 읽었고, https://milooy.github.io/books/2022-books/
올해는 30권 읽으면 됐는데 85권 읽었네 https://milooy.github.io/books/2023-books/
여기서 더 늘릴 생각은 없고, 내년엔 오히려 더 줄이거나 해서 더 질 높은 독서를 하려고 한다.
슥슥 읽는 속독하고 + 맘에 안들어도 완독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제는
- 좋은 부분은 천천히 꼭꼭 씹어먹기
- 지금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넘기기
방식으로 읽어보려 한다.
세컨드 브레인 만들기
김익한 교수님의 메모 제대로 하는 법이라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큰 패러다임 변화를 얻어 그 때부터 옵시디언으로 원자 단위 노트를 적게 되었다.
개념 단위로 노트를 만들고, 이 노트들을 서로 엮어가며 새로운 통찰 노트를 만들어내는게 핵심.
통찰 노트는 별로 못만들었지만, 생각이 들 때 바로 노트를 만들고 가끔 이것저것 눌러서 열어볼 때 즐겁더라.
올해의 물리적 변화
ㅇㅅㅇ 대통령이 나이를 급 한살 줄여줘서 아홉수 again 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크게 다친 일들이 왕왕 있었다. 내년부터는 탈아홉수니까 괜찮을듯
1월: 빙판길에 얼굴 갈기
술마시고 랄랄라 집오다가 빙판길에서 안면을 갈았다. 메디폼 붙이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그 때의 사진이다. 피부과 선생님이 ‘흉터 남을거예요. 다 나으면 레이저 하세요’ 했다.
지금은 웃지만 그 땐 거울 볼 때마다 많이 속상했다 ㅠㅠ 나는 거울 가끔만 보는데… 반려맨은 나 매일 볼때마다 얼마나 속터졌을까 미안하다 ㅜㅜ
이틀에 한번씩 피부과 가서 드레싱하고 흉터연고 바르니, 지금은 눈여겨 보지 않으면 아예 안보일 정도로 다 나았다! 한 달 걸렸다. 흉터연고는 두 달 더 바르고. 인체의 신비다…
여러분도 나중에 얼굴 다쳤을 때 바로 병원 가세용
오늘 도서관 다녀오는데 빙판길이 있더라구. 1년만에 보니 반갑고 무서웠다.
무튼 이 때의 트라우마로 음주에 한도를 정하게 되었다. 원래도 많이 마시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이젠 좀 즐겁다 싶으면 그만 마신다. 이로서 과음 0회 달성!
이건 좋은 일이야.
5월초: 급성 방광염
일본여행 중 흠 화장실 많이 가네.. 싶더니 1시간만에 왁! 방광염 빵빠레 불면서 시작
작년에도 그러더니 올해도 급성으로 빡 왔다. 작년에도 그러더니 올해도 염증수치 Max.
난 근데 요렇게 수치 높게 나와도 “흠~ 좀 아프긴 해도 참을만한데?” 한다.
난 강하다.
면역력 떨어지면 생기는 병
귀찮다 being woman.
5월말: 호흡 꼬임 (공황인가 아닌가)
숨이 시원하게 안쉬어지고, 하품이 답답하게 중간에 끊기는 현상이 며칠간 심해지다가 회식 하다가 중간에 집오고, 새벽 2시에 도저히 안되겠어서 택시타고 혼자 응급실 갔다 (반려맨은 워크샵으로 없었음).
공황 등 멘탈이슈는 의심 전혀 못하고, 기흉일거라고 생각했음. 급성 기흉은 빨리 병원 안가면 큰일난대서 급성 방광염, 그리고 둔한 내 몸에 데인 나는 부랴부랴 채비해서 응급실에 갔다.
응급실 갔더니 안면에 피칠갑한 사람, 우는 보호자 등 멀쩡하던 호흡도 더 가빠지게 만드는 환경이었음. 대기도 엄청 길고…
졸다가 일어나니 완화되어서 의사선생님이 집에 돌려보냈다. 호흡 들어보니 기흉은 아니라고. 낼 동네 병원 가라고. 여기는 진료 안본걸로 해줄테니 꽁짜로 집 가라고 (그 말 듣고 호흡 더 잘됨 ㅎㅎ)
동네 병원에서도 물리적인 이슈는 못찾겠다며, 아마 정신적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하시더라. 반려맨도 “잠잘땐 호흡 괜찮은걸로 봐선 기능문제가 아니다” 하더라. 예리하군.
이 때 회사에서 f-lead 제안을 줬던 시기인데, 뭔가 내 생각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나? 아니면 그냥 호흡이 꼬였던 걸까. 나는 복식호흡으로 고쳐냈다. 배로 말고 배+폐 함께 부풀린다고 상상하며 숨쉬니 좀 좋아지더라고.
사실 증상은 지금도 여전하다. 다만 좀 답답해지면 복식호흡으로 완화시키는거지.
공황일지 아님 그냥 물리적으로 호흡 꼬인거일지 아직 미스테리다.
뭐가 어쨌든 나를 잘 들여다보고, 내 감정에 솔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8월: 발목 인대 부상
여자풋살에 미쳐 산지 어언 2달… 나는 우리 센터의 떠오르는 샛별 에이스가 되었다.
그날따라 코치님이 칭찬을 너무 많이 하시더라.
미쳐날뛰던 나는 발목을 바깥으로 와그작 꺾어버렸다. 소리가 진짜 크게 우두둑 나서 주위 사람들도 다 들었다.
인대가 끊어졌는지 파열됐는지, 무튼 많이 다쳐서 12월인 지금도 정상 가동범위가 안나온다. ㅎㅎ ㅠㅠ 인대가 원래 완전히 낫는데까지 오래걸린다 / 혹은 안낫는다 라고 하더라고.
지금은 필라테스로 재활중. 얼른 나아서 다시 풋살 하고프다.
2024년에는
만다라트
1월에 그려봐야지! 일단 오늘은 글을 너무 길게 썼어.
습관
- 오전 7시~9시 나만의 시간: 스트레칭, 모닝페이지, 기술서적, 기술아티클
- 바바라 민토 논리의 기술대로 글을 쓴다
- 회의나 위클리를 놓치지 않고 집중한다
- 회의에서는 종이 필기 → 사후정리(필수) 를 한다. 여의치 않으면 와이파이를 끄고 필기한다
- SNS는 하루에 2번까지만 켜기
- ‘비교’가 아닌 ‘관찰’의 태도를 가지고 보기. 옆집.. 지팡이 짚고 다니는 강아지 보듯이…
- 책을 능동적으로 읽는다 (소제목을 읽고 자문해본다)
Core value
-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
- 겸손한 지성
- 아는 척 하지 않는 자신감
- 머리와 가슴의 거리 0
- 불안 없이 잠드는 밤
- 머리와 몸이 현재에 존재
- 사유와 개성이 묻어나는 창작물
- 에고에 갇히지 않은 개방적인 사고를 통해 진실을 배우기
- Sober한 정신
- 다정하고 신의있는 술자리
- Guessing 없는 경청
- 불일치를 알아내는 인지
-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회복하기
- 더 자유로운 자신을 만드는 일을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