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때부터 쓰던 비밀블로그를 들춰봤다. 추억은 둘째치고 너무 웃기더라구.
모두 재밌는건 아니였고 몇개가 골때렸는데, 이들의 패턴은
- 첫문장이 강렬하다
오늘은 시X OO(그 때 사귀었던 사람 이름)의 수능날이다”(바람피웠던거 들킨 날이었음)
- 사소하다
학교에는 케챱이 많다. 토마토 주스의 기분을 내려고 물과 함께 먹었다
-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쓰려는 욕심이 없음. 가장 인상깊었던 감각만 솔직하게 써내려갔다. 살짝 언피씨하다.
첨엔 언니 좀 싫어했었다. 몸매가 좋은데, 본인이 그걸 참 잘 알고 치명적인척을 많이 했다. 근데 몸매은 참 내취향 엉댕이랑 가슴커 ㅎㅎ
요즘은 비밀블로그 대신 종이 일기장을 쓴다.
있었던 일을 기록할때는 비밀일기로 써야겠지만, 현재 쓰고 있는 일기장에도 전체공개로 써도 무방한 글들이 꽤 있다. 이들을 좀 이 블로그에 적어보려고 한다. 그래서 아직 코로나 걸려있는 현재 상태에서 개츠비 블로그 포맷을 다듬은겨 ㅋ 원래 개발글 카테고리 뿐이었거든.
이십대 초반엔 SNS를 커리어 관련 글과 친구들로 채우는것에 미쳐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커리어 관련 컨텐츠가 이상하게 부담스러워지더라.
커리어나 커뮤니티 글은 태생적으로 ‘연출’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좋은 면만 노출해야하고, 사람들이 불만을 가질 껀덕지를 애초에 제거해야하고.
좀 더 날것의 글을 올리고 싶다. 트위터에 잘 배출하고 있긴 하지만 트위터는 짧은 생각들을 적기에 최적화되어있어서 좀 더 긴 글을 올릴 수단으로 블로그를 사용해보려고.
이십대 초반에 한창 블로그에 그림이나 단상 등도 올리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커뮤니티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이 내 블로그를 다 읽었다고 한게 인상에 남는다. 내가 굳이 그 사람들에게 구구절절 나를 표현하지 않아도 내 솔직한 모습을 이미 알고 있는거잖아. 부끄럽기도 하고 참 좋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
솔직하게, 조금씩, 올려보자.